
며칠 전 마드리드 중심부를 지나는 길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봤다. 번호판만 보이고 조용했다. 시위 현장인데도 확성기도, 구호도 없었다. 알고 보니 지역 내 택시 기사들이 우버·카벅스 등 플랫폼 차량 확산에 반발해 벌인 ‘무소음 파업’이었다. 지나가는 사람 대부분이 그걸 몰랐다. 나 역시 가까이 가서야 알아차렸다.
이 사건이 흥미로웠던 건, “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저항”이 어떻게 공공 서비스의 기능을 마비시키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. 운행은 하지 않지만 차량은 도심에 그대로 서 있고, 택시 앱은 ‘배차 없음’을 띄웠다. 실질적인 영향은 꽤 컸다.
현지 매체들은 그날의 교통 혼잡보다는, ‘이 조용한 분노’의 맥락에 주목했다. 스페인 정부는 몇 차례 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 기반 차량 서비스의 활동 범위를 제한해왔고, 그 반작용으로 도심 외곽에서는 오히려 택시를 구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보도도 나왔다.
내가 boletin24.com을 통해 다루고 싶은 건 바로 이런 장면들이다. 뉴스라는 게 늘 거대한 사건만 다루는 건 아니다. 도심을 지나던 누군가의 불편함, 그 배경에 깔린 제도적 변화, 이해관계의 균열 같은 것들도 충분히 ‘소식’이 될 수 있다.
스페인 사회는 외부에 비해 비교적 조용해 보일 수 있지만, 실제론 이해와 충돌이 교차하는 지점이 매우 다양하다. 마드리드의 무소음 시위는 그 복잡한 감정의 축소판 같았다. 조용하되 날카롭고, 평온하되 명확한 의도가 있었으니까. 그런 흐름을 실시간으로, 맥락 있게 전하고자 한다.